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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아버지에게"…'웨스트사이드스토리' 특별한 엔딩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 엔딩 크레딧 속 특별한 한 줄이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가 엔딩 크레딧을 장식한 특별한 문구로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 자막 'FOR DAD'의 의미에 대한 궁금증을 높인 것.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1961년 처음 영화화되어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등 총 10개 부문을 석권한 레전드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첫 뮤지컬 영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족들과의 특별한 추억"을 전한 바 있다. 부모님이 사주신 LP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들을 즐겨들었다는 스필버그 감독은 “어린 시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OST를 전부 외워 저녁 식사 때 가족들의 인내심이 바닥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들은 처음부터 내 DNA의 일부였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1961년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영화였다”고 밝힌 스필버그 감독은 “이번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 아버지는 계속해서 언제쯤 내가 만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볼 수 있을지 물었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이에 스필버그 감독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촬영 과정을 그의 아버지에게 영상 통화로 틈틈이 보여주며 특별한 추억을 쌓아갔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작품이자, 거장 감독의 꿈과도 같았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스크린에 개봉하기 전인 2020년 스필버그 감독의 아버지는 완성된 영화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스필버그 감독은 원작의 가치를 알려준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헌사를 담아 엔딩 크레딧에 ‘FOR DAD’(이 영화를 아버지에게 바칩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스필버그 감독이 “언젠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건 내 꿈이자 자신과의 약속이었는데 그걸 이뤘다”는 소감을 전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원작의 깊이와 화려한 스케일이 더해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자신을 가둔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과 용기를 그린 영화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 2022.01.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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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백상] 강하늘·김희애,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파트너 향한 ♥

배우 강하늘, 김희애가 TV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은 '동백꽃 필 무렵'의 강하늘, '부부의 세계' 김희애가 수상했다. 현빈, 남궁민, 박서준, 주지훈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호명된 강하늘은 "훌륭한 선배님들보다 잘한 것도 없는데 상을 받게 됐다. 모든 스태프분들 감사하다. 좋은 연기자 되기 전에 좋은 사람부터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백씨(공효진) 정말 고맙다"고 덧붙였다. TV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김희애는 "함께 후보에 오른 김혜수, 손예진, 공효진, 이지은(아이유)씨 모두 정말 팬이다. 꼭 상을 받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만날 수 있어 좋다. 서로 축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 원작인 '닥터 포스터'를 봤을 때 너무 파격적이고 과감해서 한국에서 과연 가능할까 생각했다. 시청자 여러분의 눈높이를 저희가 미처 못 따라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응해주셔서 감사했다. 대본에 정답이 다 쓰여 있었다. 지문에 너무나 성실하게 적어주셔서 연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주현 작가님 감사드린다.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게 해주신 스태프분들이 없었다면 끝까지 가는 연기를 못 보여줬을 것 같다. 우리 배우들도 너무나 감사하다. 감독님도 인내심으로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 어머니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국민 욕받이이태오 씨(박해준). 같이 후보에 올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부부의 세계'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표했다. 한편, 백상예술대상은 TV와 영화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종합 예술 시상식으로 1965년부터 시작돼 드라마와 예능·교양프로그램 등 TV 부문 심사 대상과 영화 부문 작품상·감독상 등이 수여된다. 신동엽 배수지 박보검이 3년 연속 사회를 맡았다. 홍신익 기자 hong.shinik@joongang.co.kr 2020.06.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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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회 칸·이슈IS] "위대한 동반자"…'기생충' 황금종려상 만들어낸 봉준호X송강호

20년 지기 두 사람이 한국영화 역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겼다. 서로를 "위대한 동반자"라 이야기하면서 "친구 같고 가족 같고 존경하는 예술가"라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다. 두 사람은 25일 오후 7시 1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에 '기생충'의 주역으로 나란히 참석했다. 레드카펫부터 수상의 순간까지 함께였다. 봉 감독과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벌써 4편째 호흡을 맞췄다. 시작은 2003년작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괴물', '설국열차'까지 협업했다. 이 완벽한 콤비는 '기생충'으로 다시 뭉치며 국내 영화계는 물론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뜨거운 주목도는 심사위원 만장일치 황금종려상으로 이어졌다. '기생충'은 처음부터 봉 감독과 송강호 콤비가 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준비할 때부터 (송강호와) 상의를 하며 시나리오를 써나갔다. 송강호와 아들 역할 최우식은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에서 작품을 써나갔다"며 "계속 같이 지내다보니 귀에 대사가 들리기도 한다. 송강호를 의식한 말투를 썼다"고 설명했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언제 어디서나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는 두 사람이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이 (나에게) '형님'이라고 하는데, 두 살 차이다. 친구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가족 같고, 그보다도, 후배라고 치면, 예술가로서 후배지마 존경할 만한 역량을 가졌다. 20년 세월 동안 많이 영향을 받았고 놀라기도 한 존재"라고 전했다. 봉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을 하며 의지할 곳이 많지 않은데, (송강호에게) 여러 가지로 의지를 했다. 나는 폐쇄적인 사람인데 송강호라는 출구를 통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구석진 곳을 다니면서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데, 그런 기이한 상상력을 바깥 세상과 통하게 해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렇듯 '기생충'으로 다시 한 번 완벽한 콤비로서 활약한 두 사람은 수상 소감을 위한 무대에 함께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듣고 싶다"며 잊지 않고 송강호를 언급했다. 그러자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 분들에게 이 영광을 바치고 싶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한편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짐 자무쉬 감독),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함께 '레 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나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아틀란티크'(마티 디옵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켄 로치 감독)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디아오 이난 감독) '더 휘슬러'(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어 히든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프랭키'(아이라 잭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마티아스&맥심'(자비에 돌란 감독) '오 머시!'(아르나드 데스플레친 감독) '더 트레이터'(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잇 머스트 비 해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시빌'(쥐스틴 트리에 감독) 등 21편의 작품이 진출해 경쟁을 펼쳤다.이하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수상자(작)◆황금종려상-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심사위원대상-마티 디오프 감독의 '아틀란틱스(Atlantics)'◆심사위원상-라지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클레버 멘돈사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의 '바쿠라우(Bacurau)'◆감독상-'영 아메드(Young Ahmed)'의 장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감독 ◆남우주연상-'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여우주연상-'리틀 조(Little Joe)'의 에밀리 비샴◆각본상-셀린 시아마 감독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Portrait of a Lady On Fire)'◆특별언급-엘리아 슐레이만 감독의 '잇 머스트 비 헤븐(It Must Be Heaven)'◆황금카메라상-세자르 디아즈 감독의 '아우어 마더스(Our Mothers)'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사진=칸(프랑스) 박세완 기자 2019.05.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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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종합IS] #韓최초 #만장일치 #송강호 '황금종려상 봉준호' 100년만의 기적

"판타지 영화 같아요"25일 오후 7시1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이 진행됐다.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남·여주연상, 각본상 등 올해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영예의 황금종려상은 한국 영화 '기생충(PARASITE·봉준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한국 영화사 100년만에 일어난 최초의 일이자, 살아있는 전설의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봉준호 그리고 '그의 동반자' 송강호가 기어이 해냈다.그동안 칸영화제 주요 부문을 수상한 한국 영화는 2002년 제55회 '취화선' 임권택 감독의 감독상을 시작으로 2004년 57회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심사위원대상, 2007년 60회 '밀양' 전도연 여우주연상, 2009년 62회 '박쥐' 박찬욱 감독 심사위원상, 2010년 63회 '시' 이창동 감독 각본상을 받았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로는 10년 만, 6번째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특히 올해는 한국 영화사 100주년이 된 기념비적인 해로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최근 한국 영화의 발전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지만 세계 최고 영화제 최고상은 그림이 떡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봉준호는 역시 봉준호였다. 네임밸류에 비해 수상의 기회가 적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봉준호 감독은 한 방으로 100년만의 기적을 이끌어 냈다. 봉준호 감독은 시상자인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건네는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고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소감 준비를 못 했다.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 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으로 운을 뗐다. 이어 "'기생충'은 영화적으로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고 영광의 순간을 표현했다.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 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인 우리 송강호의 멘트를 꼭 이 자리에서 듣고 싶다"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이에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는 말로,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돌려 명불허전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서 위엄을 뽐냈다. 이로써 칸영화제는 71회 일본 '만비키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이어 2년 연속 아시아권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수여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은 수상작으로 호명되기 전 "심사위원 만장일치"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감동에 감동을 더했다.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극찬했다.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짐 자무쉬 감독),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함께 '레 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나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아틀란티크'(마티 디옵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켄 로치 감독)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디아오 이난 감독) '더 휘슬러'(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어 히든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프랭키'(아이라 잭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마티아스&맥심'(자비에 돌란 감독) '오 머시!'(아르나드 데스플레친 감독) '더 트레이터'(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잇 머스트 비 해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시빌'(쥐스틴 트리에 감독) 등 21편의 작품이 진출한 것.때문에 경쟁부문 라인업이 발표된 후 곳곳에서 "'기생충'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 만으로도 대단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생충'은 어마어마한 작품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상을 받아 내고야 말았다. 잠 못 드는 밤. 칸 현지에서도, 국내에서도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축하인사는 새벽내내 쏟아졌다.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송강호와 함께 현지 프레스센터를 찾은 봉준호 감독은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이런 현상은 월드컵 쪽에서 벌어지는건데 쑥스럽지만 너무 너무 기쁘다. 기쁨의 순간을 지난 17년간 함께한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하고 있어서 더 기쁘다"고 흥분된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또 "현실적으로 머리가 멍한 상태다. 이게 약간 판타지영화 같은 느낌이다. 평소에는 사실적인 영화를 찍는데 지금은 판타지 영화같다"며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차례로 발표를 하니까 뒤로 갈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만 남은 건가' 했을 땐 강호 선배와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다' 싶었다. 그리고 수상이 발표됐을 땐 '고국에 돌아가 돌팔매를 맞지는 않겠구나' 싶어 안도했다"고 회상했다.송강호 역시 "위대한 감독들이 함께했는데 안 불리면 안 불릴 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긴장한 채로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던 것 같다"며 "수상권 진입이나 다름없는, '폐막식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이날 낮 12시41분에 받았다. 12시부터 1시 사이에 연락이 온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40분 동안 피를 말렸다.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기쁨에 웃음을 더했다.'기생충'은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이정은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열연했다. 국내에서 30일 개봉한다.▶제72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 수상자(작) 황금종려상= 봉준호('기생충') 심사위원대상= 마티 디옵('아틀란틱스')심사위원상= 래드 리('레 미제라블')·클레버 멘돈사 필로('바쿠라우')감독상=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영 아메드')남우주연상=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여우주연상= 에밀리 비샴('리틀 조')각본상= 셀린 시아마('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특별언급상= 엘리아 슐레이만('잇 머스트 비 헤븐')황금카메라상= 세자르 디아즈('Our Mothers')단편 황금종려상=바실리 케타토스('더 디스턴스 비트윈 어스 앤드 더 스카이')단편 특별언급=아구스티나 산 마틴('몬스트루오 디오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칸(프랑스) Gettyimages/이매진스 2019.05.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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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회 칸] 황금종려상 '기생충' 송강호 "대한민국 모든 배우들께 영광 바친다"

송강호가 황금종려상 작품 주인공으로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수상 소감을 남겼다.25일 오후 7시1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에서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72th Cannes Film Festival) 폐막식이 진행됐다. 폐막식에서는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감독상, 남·여주연상, 각본상 등 올해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발표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으로 역사에 기록 될 영예로운 수상이다.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을 전하며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 배우의 멘트를 이 자리에서 꼭 듣고 싶다"고 마이크를 넘겼고, 송강호는 상기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섰다.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 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전해 박수 받았다.그동안 칸영화제 주요 부문을 수상한 한국 영화는 2002년 제55회 '취화선' 임권택 감독의 감독상을 시작으로 2004년 57회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 심사위원대상, 2007년 60회 '밀양' 전도연 여우주연상, 2009년 62회 '박쥐' 박찬욱 감독 심사위원상, 2010년 63회 '시' 이창동 감독 각본상을 받았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로는 10년 만, 6번째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되게 됐다.'기생충'은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장편 영화이자, 송강호·이선균·조여정·최우식·박소담·장혜진·이정은 등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열연했다.지난 21일 2300석 규모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기생충'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 8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증명했다. 역대급 호평 속 평론가들의 평점도 1위를 달려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영광의 수상은 현실화 됐다.한편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개막작 '더 데드 돈트 다이'(짐 자무쉬 감독), 한국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과 함께 '레 미제라블'(래드 리 감독) '바쿠라우'(클레버 멘도나 필로·줄리아노 도르넬레스 감독) '아틀란티크'(마티 디옵 감독) '쏘리 위 미스드 유'(켄 로치 감독) '리틀 조'(예시카 하우스너 감독)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더 와일드 구스 레이크'(디아오 이난 감독) '더 휘슬러'(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셀린 시아마 감독) '어 히든 라이프'(테렌스 맬릭 감독) '영 아메드'(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감독) '프랭키'(아이라 잭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마티아스&맥심'(자비에 돌란 감독) '오 머시!'(아르나드 데스플레친 감독) '더 트레이터'(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메크툽, 마이 러브: 인터메조'(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잇 머스트 비 해븐'(엘리아 술레이만 감독) '시빌'(쥐스틴 트리에 감독) 등 21편의 작품이 진출했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칸(프랑스) 박세완 기자 2019.05.2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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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美 트라이베카영화제 대상·여우주연상·촬영상 수상

개봉 전부터 초청된 해외영화제에서 잇단 수상으로 국내를 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벌새'가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과 여우주연상, 촬영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벌새'는 지난 4월 24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18회 트라이베카 영화제 국재경쟁 부문에서 대상을 포함한 여우주연상, 촬영상 3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벌새'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1994년, 거대한 세계 앞에서 방황하는 중학생 은희가 한문 선생님 영지를 만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작품.앞서 제38회 이스탄불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트라이베카 영화제 초청과 함께 4회 상영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그리고 기대를 넘어 3개 부문을 수상한 '벌새'를 향해 “이 아름다운 작품에서 평범한 듯 보이는 소녀가 처음으로 타인에게 진실 되게 비춰진다. 그 무작위의 연결을 통해 스스로와 자신의 삶을 향한 관점이 바뀌게 된다”고 평했다.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은희 역의 박지후에게는 “넓은 폭과 복잡성을 내포한 미묘한 연기”라는 호평을 보냈으며, 강국현 촬영 감독에게는 “인정 많으면서도 인내심 있지만 명확하고 자신감 있는 촬영으로 소녀가 자신의 진실 된 모습으로 다가옴에 따라 우리가 어린 소녀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게 한다”는 평과 함께 촬영상을 발표했다.트라이베카 영화제 국제경쟁 5개 부문 중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3개 부문을 휩쓴 '벌새'는 오는 8월 말 개봉 예정이다.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05.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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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②] 김용화 감독 "K무비 세계화, K팝 다음 차례 꿈꾸죠"

바야흐로 '김용화 시대'다.김용화 감독(46)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이 됐다.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해 할리우드 못지않은 VFX 기술을 보급하면서 '미스터 고'로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더니 '신과함께'라는 전무후무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신과함께-죄와 벌'을 아시아 전역에 흥행시키며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던 한국 영화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그는,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 스탠 리의 손을 잡고 한국 감독 최초로 할리우드 히어로물 '프로디걸' 연출에 도전한다. 한국형 SF 대작 '더 문' 역시 준비중.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듯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결정, 우려를 날리는 결과물은 곧 충무로의 새 역사다.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흥행작을 많이 만들어낸 연출자 중 한명이다.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2003)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2006)·'국가대표'(2009)를 통해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후,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2위에 오른 '신과함께-죄와 벌'로 상업영화 거장이 됐다. 그의 작품 한 편 정도는 누구다 다 봤을 법한 화려한 필모그래피다.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다. 감독이자, 제작자이자, 상장기업 덱스터의 대표인 그는 지난 7년간 휴가 한 번 가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촬영이 없을 때면 매일 오전 8시 집을 나서 꼬박 출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았고, 메가폰을 잡으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살배기 딸 얼굴 한 번 보지 못할 정도로 밤을 새며 일했다.'사람 보는 눈' '사람 다루는 솜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경험에서 체득한 배움이다. 흔한 꼰대 마인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수평함과 솔직함이 김용화 감독의 무기다. 400명에 가까운 직원을 대표하고 있지만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개개인의 성향, 생각, 결정을 최대한 듣고 존중하려는 노력.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김 감독의 철학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이사 '김용화의 철학'이기도 하다.취중토크를 위해 만난 김용화 감독은 '신과함께-죄와 벌'로 수상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수상자보다도 순수하게 기쁨을 표현했다. 시상식 참석 덕분에 오랜만에 재회한 배우 설경구와 새벽내내 술잔을 기울인 이야기, 집 앞으로 불쑥 찾아와 "술 마시자" 조른 절친 최동훈 감독과의 일화, 어린 아내를 만난 남편이 해야할 의무까지 털어놓으며 예상치 못한 '인간미(美)'를 쏟아냈다.최근 주량은 맥주 5잔이지만 7잔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빠져든 수다 삼매경이다. 말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듣는 귀'가 더 활짝 열려 있는 김용화 감독은 어느 새 털어놓은 기자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겸손함은 덤이다. 최고의 흥행 감독 그리고 덱스터의 대표가 아닌 평범한 '인간 김용화'는 존경할만한 '인생 선배'이자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꾼'이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어쩌면 더 부담이 되겠어요."엄청요. '신과함께' 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기본적으로 부담이 돼요. 결과론자들처럼 흥행했다고 '마냥 좋다' 웃는 것이 웃기기도 하고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잖아요?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길 바라죠."-다소 예민한 문제긴 하지만 재촬영 이슈도 있었죠."음…. 그 때 여러 일이 겹쳐 많이 힘들었어요.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아 당장의 기쁨에 취하지 않았듯이 당장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필요했죠. 얽히고설킨 많은 것들이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싹둑 잘라내는건 결코 쉽지 않거든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 주변 사람들이 목소리도 들으려 노력했어요. 솔직히 즐겁게 찍었다면 거짓말이고요. 지금은 김명곤 선배님과 조한철 씨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요."-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제가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운건, 1편이 성공을 거두면서 새롭게 투입됐지만 이미 '신과함께'의 배우가 돼 와줬다는 거예요. 배우들 입장에서는 연기를 하다보면 뭔가를 더 하고 싶어질거 아니에요. 그럼에도 연기의 톤앤 매너를 명확하게 지켜 주셨고, 조금 오버했다 싶으면 먼저 '감독님 이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서로 최선을 다 했다고 믿어요."-개인적으로 '도둑들' 이후 처음으로 개봉이 설레는 작품이에요."내 새끼를 어딘가 내놔야 할땐 누구나 다 긴장되고 걱정하잖아요.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세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설레임 정도는 충족시켜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건 '얼마나 더 잘 만들었는지 볼거야'라는 기대치와는 또 다르죠. 취향적인 면에서 1부를 아쉽게 본 분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7개월 정도 쉼없이 달려왔지만 개봉까지는 계속 괴로울 것 같네요." -'첫 시도'는 늘 기대 이상의 우려를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신과함께'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로 다행히 첫 단추를 잘 꿰었죠."얼마만큼 확장성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국가대표' 때 일본에서 개봉을 한다고 해서 갔는데 내심 '어느 나라 사람들이 봐도 재미있어 할거야'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근데 5개 관을 받은 거예요. 참담했어요. 언어는 다르지만 똑같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할 때, 언제까지 한국은 외국 영화에 기대 살아야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한류를 이야기 할 때, K팝, 드라마 다음은 영화라고 해요."예전 K팝을 생각하면 지금 K팝은 진짜 말도 안 되잖아요. 불문률처럼 발음, 구강 구조 이유를 들면서 한국어로는 랩을 절대 못한다고 했으니까요.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죠. 음악이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 만큼 '영화도 해보자' 하는 거죠. 더 늦기 전에, 스텝 바이 스텝을 밟으면 되지 않을까. 최근 정산서 온 것을 봤는데 생각보다 잘 됐더라고요.(웃음)"-겁이 날만한 시도인데요."두렵죠. 근데 모든 일이 0부터 1까지가 힘들어요. 1부터 10까지는 쉬운게 아니라 관성으로 가죠. 출발이 힘들지 한 번 관통해 내면 쭉 달릴 수 있어요. 아이맥스 상영도 해외에서 요청이 먼저 들어왔어요.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거예요.(웃음) 의미가 커요.">>③에서 계속조연경·박정선 기자사진= 박세완 기자 [취중토크①]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2' 1000만 기대치보다 설레임 충족" [취중토크②] 김용화 감독 "K무비 세계화, K팝 다음 차례 꿈꾸죠" [취중토크③] 감독·제작자·CEO 김용화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 원해요" 2018.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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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2' 1000만 기대치보다 설레임 충족"

바야흐로 '김용화 시대'다.김용화 감독(46)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흐름이 됐다. 덱스터 스튜디오를 설립해 할리우드 못지않은 VFX 기술을 보급하면서 '미스터 고'로 과감한 시도를 감행하더니 '신과함께'라는 전무후무 한국형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신과함께-죄와 벌'을 아시아 전역에 흥행시키며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던 한국 영화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 그는, 마블 히어로의 창시자 스탠 리의 손을 잡고 한국 감독 최초로 할리우드 히어로물 '프로디걸' 연출에 도전한다. 한국형 SF 대작 '더 문' 역시 준비중. 미지의 우주를 탐험하듯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결정, 우려를 날리는 결과물은 곧 충무로의 새 역사다.김용화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흥행작을 많이 만들어낸 연출자 중 한명이다. 데뷔작인 '오! 브라더스'(2003)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2006)·'국가대표'(2009)를 통해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후,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국내 개봉작 흥행 2위에 오른 '신과함께-죄와 벌'로 상업영화 거장이 됐다. 그의 작품 한 편 정도는 누구다 다 봤을 법한 화려한 필모그래피다.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다. 감독이자, 제작자이자, 상장기업 덱스터의 대표인 그는 지난 7년간 휴가 한 번 가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촬영이 없을 때면 매일 오전 8시 집을 나서 꼬박 출근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았고, 메가폰을 잡으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살배기 딸 얼굴 한 번 보지 못할 정도로 밤을 새며 일했다.'사람 보는 눈' '사람 다루는 솜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경험에서 체득한 배움이다. 흔한 꼰대 마인드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수평함과 솔직함이 김용화 감독의 무기다. 400명에 가까운 직원을 대표하고 있지만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개개인의 성향, 생각, 결정을 최대한 듣고 존중하려는 노력.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김 감독의 철학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이사 '김용화의 철학'이기도 하다. 취중토크를 위해 만난 김용화 감독은 '신과함께-죄와 벌'로 수상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수상자보다도 순수하게 기쁨을 표현했다. 시상식 참석 덕분에 오랜만에 재회한 배우 설경구와 새벽내내 술잔을 기울인 이야기, 집 앞으로 불쑥 찾아와 "술 마시자" 조른 절친 최동훈 감독과의 일화, 어린 아내를 만난 남편이 해야할 의무까지 털어놓으며 예상치 못한 '인간미(美)'를 쏟아냈다.최근 주량은 맥주 5잔이지만 7잔이 훌쩍 넘어갈 정도로 빠져든 수다 삼매경이다. 말하는데 급급하지 않고, '듣는 귀'가 더 활짝 열려 있는 김용화 감독은 어느 새 털어놓은 기자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겸손함은 덤이다. 최고의 흥행 감독 그리고 덱스터의 대표가 아닌 평범한 '인간 김용화'는 존경할만한 '인생 선배'이자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꾼'이었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뻔한 답일 수 있는데 20대·30대·40대가 다 달라요. 지금은 맥주 5잔 정도 마시면 취하죠. 어렸을 땐 과음을 하면 몸이 젊은데도 다음 날 숙취가 심했거든요.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는데 웃기게도 지금은 그건 덜해요. 단순히 주량이 줄어서가 아니라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리 많이 마셔도 회사는 나가야 하니까.(웃음)"-촬영을 하지 않을 땐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나요."영화 찍을 때야 촬영만 잘 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땐 보통 오전 8시에는 회사로 출발하죠.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느낌이에요."-술은 자주 마시나요."요즘엔 사업적인 미팅 자리가 많아요. 영화인들이나 배우들과 사적으로는 거의 못 마셨죠. 최근 (주)지훈이와 술 안 마시겠다고 서로 약속도 했고요. 건강하게 오래 살기로 했거든요. 특히 지훈이 같은 나이에 여러가지 좋은 일들이 생기면 잠깐 스스로를 놓을 수 있잖아요. '정신 바짝 차리고 살자'고 했죠."-주사는 없나요."말이 없어져요. 그리고 바로 일어나서 집에 가죠.(웃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고 어떤 중요한 자리라 해도 말이 없어지면 5분 안에 가요. 인사할 정도면 그나마 정신이 있는 거예요. 술에 취하면 자제력이 떨어지고 실언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게 너무 싫거든요.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거죠."-주종은 뭔가요."솔직히 술은 다 잘 마시고 좋아해요. 맥주·와인·위스키·소주·막걸리 전부 다. 워낙 술을 좋아했는데 딸 아이가 너무 어리고 2세 계획도 있거든요.(웃음) 운동 해야죠. '신과함께-인과 연'을 잘 개봉 시키고 다시 건전한 정상인으로 돌아가려고요. 결혼식 바로 직전의 모습이 목표네요." -근데 감독님은 늘 관리가 돼 있는 느낌이에요."에이~ 전혀요.(웃음) 다만 나이 어린 친구와 결혼하니까 제가 스스로 신경쓰는 것도 있지만 아내가 봐주고 챙겨주는 영향력이 큰 것 같아요. 요즘엔 예전 옷 안 맞는다고 한 소리씩 듣곤 해요. 하하."-스타일리시한 감독으로 유명하죠. 오늘 사진 촬영도 어떤 배우들보다 자연스러웠고요."이런 말 해도 되나? 저 광고도 한 10개 땄어요. 자동차 광고도 있었으니까. 근데 일절 안 했죠. 사실 전 제가 드러나는걸 별로 안 좋아해요. CF·방송 뿐만이 아니라 인터뷰도 되게 안 하는 편이거든요. 예전에도 최대한 줄여서 했고요. 감독은 결국 작품으로 말해야지'라는 생각이 강해요. '인간 김용화' 파면 또 재미 없거든. 하하."-'백상 감독상' 축하 드립니다. 백상 트로피가 낯설지는 않죠."감독상 트로피는 처음 받아요. 이번에 백상까지 받으면서 주요 시상식 감독상은 거의 다 받은 것 같아요. 그랜드슬램? 하하. '국가대표' 때 대부분 감독상을 받았는데 백상에서는 작품상을 받았거든요. 참 운도 좋고 재주도 좋네요.(웃음)"-수상은 예상 했나요."전혀요. 뭐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웃음) 다른 것보다 백상은 '진짜 시상식'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직업병이라 무대는 어떤지, 카메라는 몇 대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는데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고생했겠다. 정말 신경 많이 썼구나' 싶었죠. 초대받아 존중받는 느낌도 들었고요. 사실 시상식에 갈 때 마음은 반반이잖아요.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그걸 생각하는 순간도 스트레스라 가급적이면 수상 여부를 떠나 '오랜만에 동료·지인들 보는 자리다'라는 생각만 하려고 해요."-인사는 많이 나눴나요."설경구 선배님을 뵐 수 있어 좋았어요. 계속 '보자, 보자' 꾸준히 연락은 했는데 시간이 안 맞았거든요. 그날을 인연으로 아예 약속을 잡았죠. 얼마 전 만나 밤 새도록 술을 진탕 마셨네요. 선배님과도 꼭 한번 같이 작품해야 하는데 말이죠." -호명된 순간 마음은 어땠나요."관객수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800만 명이 넘은 작품은 상을 주는게 애매해요. 관객들이 많이 찾아준 것 만으로도 감독과 제작사, 투자사는 수혜를 입은 거니까요. 실제로 스펙트럼이 넓은 작품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을 흡수하기 때문에 역으로 특정 계층에서 로열티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죠. 그걸 알기 때문에 첫 영화를 만들 때부터 수상을 기대한 적은 한번도 없어요. 모든 감독님들의 마음도 같겠지만요."-'국가대표'로 상을 휩쓸었을 땐 남달랐겠어요."삶의 목표, 세계관이 크게 흔들릴 정도었죠. 정서적으로 많은 것을 바꿔놓은 일이었어요. 뭐 그때나 지금이나 시상식은 노미네이트만 돼도 굉장히 기분 좋아요. 그렇잖아요. 1년에 영화가 100편 이상 나오는데 후보로 뽑힌게 어디에요. 받아서 싫지 않고 너무 행복하지만 그 앞엔 '많은 관객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이 늘 있어요."-이번 감독상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보통 상을 주더라도 큰 무리가 없는 상들이 있잖아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만한. 대중의 사랑을 엄청나게 받은 영화에 상까지 주는 큰 결정을 해 주신 것에 그저 감사해요. 현명한 결정 내려 주셨네요. 하하하." -심사위원장이었던 최동훈 감독님이 흡족해 하겠어요."최동훈 감독과 제일 친해요. 완전 절친이에요. 근데 최동훈 감독이 심사위원장인줄 몰랐어요. 당일 현장에서 뜬 사진을 보고 내심 놀라서 '뭐야' 했거든요. 그때까지 입도 아주 꾹 다물고.(웃음) 10년 전쯤 최동훈 감독과 각종 시상식 후보에 올라 짝꿍처럼 참석했어요. 여길 가도 있고 저길 가도 보이는 거예요. 그러다 말을 트게 됐고 '술이나 한잔 할까요?' 하면서 친해졌죠. 여전히 가장 많은 응원과 가장 많은 조언을 해주는 멋진 친구이자 대단한 감독이에요." -소감은 속 시원하게 말했나요."집사람·어머니·딸내미. 호명된 순간 떠오른 무서운 분들이죠.(웃음) 이 분들 말했으니 하고 싶은 말은 다 했죠. 지금 딸내미가 두 돌이 채 안 됐는데 '얼마예요?'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오곤 해요. 물론 이모랑 같이 가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아쉽게도 이춘기라 예전처럼 아빠만 보면 끌어 안거나 뽀뽀를 해주지는 않아서 엄청 상처받고 있지만 아장아장 걷고 뛰는 것만 보면 행복하죠."-최근엔 함께 보낼 시간이 많이 없었겠어요."전혀요. '신과함께-죄와 벌' 개봉 시키자마자 '인과 연' 작업에 들어 갔으니까요. 다른 일반적인 영화들보다 준비할 사항도 많아서 끝없이 작업할 수 밖에 없었죠. 아내와 딸에겐 많이 미안해요."-'신과함께-인과 연'은 만족스럽나요."1년을 더 만져도 아쉬울 거예요. '더 예민하게 했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젠 더 이상 고칠 수도 없으니까요."-1·2편 동시 촬영에 1편이 워낙 잘돼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고민은 질이 변할 뿐이지 양은 똑같이 채우고 살아요. 그걸 욕심으로 치부하기는 그렇지만 어느 순간엔 책임으로 바뀌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신과함께'를 함께 만들었고, 무엇보다 높은 비율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1부를 잘 봐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만들어도 2부 역시 욕 먹을 것 같기는 한데(웃음) '할 만큼은 했다' 싶어요." >>②에서 계속조연경·박정선 기자사진= 박세완 기자 [취중토크①] 김용화 감독 "'신과함께2' 1000만 기대치보다 설레임 충족" [취중토크②] 김용화 감독 "K무비 세계화, K팝 다음 차례 꿈꾸죠" [취중토크③] 감독·제작자·CEO 김용화 "존중하고, 존중받는 삶 원해요" 2018.07.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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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②] 장준환 감독 "병아리감별사·인형눈박기 직업도 생각했죠"

"백상 트로피를 드디어 받아 보네요.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오는 트로피라 남달라요."영화 '1987' 장준환 감독이 작품으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내심 감독상을 기대했지만 호명되지 않은 탓에 마음을 비우고 앉아있던 찰나, 마지막 순간 들려온 작품명이다. 장준환 감독은 생각했던 소감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무대에 올라 얼떨떨한 마음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2003년과 2004년 상업영화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로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 단골 손님으로 불렸던 장준환 감독은 유일하게 백상에서만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14년만에 풀었다.장준환 감독에게 '1987'는 눈물 버튼이나 다름없다. "평소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1987'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눈물을 보이는 장준환 감독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고민했던 만큼 마음의 짐도 컸던 것 같아요. 영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 개봉 후 반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1987'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찾은 장준환 감독이다. 고(故)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도 매 해 챙겨야 할 일정이 됐다.장준환 감독은 수상 후 "아내 문소리를 언급하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준환 감독과 문소리는 감독과 배우로 만나 지난 2006년 결혼, 2011년 딸 연두를 낳았다. "딸에게는 잘 놀아주는 아빠이면서 미안한 아빠"라고 토로한 장준환 감독은 "배우 활동을 하는 아내에게는 많은 혜택과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다"며 고마워 했다.'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1987(2017)'까지 작품을 선보이는 텀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타 감독들에 비해서는 꽤 오랜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 차기작은 역시 미정, "'1987'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준환 감독이다. 은근슬쩍 55회 백상 심사위원 자리를 요청하자 장준환 감독은 "'촬영 들어간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켰다. 더할나위없이 반가울 소식. 장준환 감독의 행보를 아낌없이 응원한다.※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백상 GV 당시 '기회가 되면 우디네극동영화제 반응을 전해주겠다'고 했어요."아, 그것도 소감으로 말하려고 했는데 잊었네요. 어떻게 보면 '1987'은 우리의, 우리나라의 이야기잖아요. 인물도 너무 많고요. 가끔 외국영화를 볼 때 '쟤 아까 죽었는데 왜 또 나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얼굴 구분이 잘 안 되서요. 그 분들도 그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갈 땐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 놀랐어요. 영화에 집중하는 눈빛이 걱정될 정도로 진중하시더라고요. 우디네영화제는 관객상이 대상이에요. 그걸 '1987'이 받았죠. 물론 평소 아시아 영화를 많이 보는 분들이 자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뜻깊었어요. 박수도 길게 쳐 주셔서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상영은 끝났지만 '1987' 관련 행사들이 많아요."'1987'은 특히 더 노심초사하면서 걱정한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에요. 유가족 분들의 마음이 혹시라도 상한다면 우리가 영화를 만든 뜻과는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지 않을까' 끝까지 긴장할 수 밖에 없었죠. 또 '이 이야기를 관객들이 잘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뒤따랐고요. 아주 기본적이지만 그 기본을 해내는게 쉽지는 않았어요. 번 아웃이라고 하죠? 지금은 그런 것들이 싹 다 타버린 것 같아서 관련 행사들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어요." - '1987'이 낳은 긍정적 영향력이라 봐도 될까요."학교, 시민단체, 행정단체 등 많은 곳에서 관심을 주셨어요. 영화 '1987'은 1987년의 어떤 아름다운 부분을 보려고 노력했고, 그걸 이야기로 만들어서 나눈건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좀 더 확장시켜 1987년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죠. '30년 전 저렇게 순수하고 치열하고 아름다운 발걸음을 걸었는데, 왜 30년만에 다시 광장에 나가야 했는지, 당시 희생되신 열사 분들을 비롯해 목청 높여 소리치며 뛰어다닌 분들의 피땀이 지금까지 제대로 흐르고 있는지, '그 날이 오면'이라고 외친 열사들의 꿈처럼 그 날은 왔는지, 그 날을 향해 가고는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 제 스스로, 자발적으로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 고(故)이한열 열사 추모 행사에도 참석했죠."매년 참석할 생각이에요. 앞으로도 쭉이요. 1년에 두 번 있어요. 1월에 고 박종철 열사 기일이 있고, 이한열 열사는 7월에 돌아가셨지만 추모제는 6월9일 전 후에 진행하죠. 과거에는 그러지 못했지만 '1987'을 연출한 만큼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1987'은 이한열 열사를 연기한 강동원 씨의 영향력이 확실히 컸어요. "동원 씨가 촬영 때문에 미국에서 있잖아요? 참석은 못했지만 추모식이 있다는 걸 알고 그 먼 곳에서도 꽃을 챙겨 보냈더라고요. 특별한 선물이 됐어요. 고맙고 고맙죠. 언제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런 배우예요." - 현재 관심사는 무엇인가요."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뭘 하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요즘에는 SNS나 메시지를 이용하는데 긴 문장들도 쓰긴 하지만 대부분 짧은 문장으로 해결하고 '여기서 뭐 더 있어?'라는 식으로 끝나는 것 같아요. 빨리 빨리 소통하죠. 장점도 있지만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사람의 영혼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때로는 표정도 눈빛도 보면서 또 다른 무언가가 생기는 부분이 있는데 단절된 느낌이라서요." - 그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죠. "흔히 '민주주의, 민주주의' 말은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언제부터 제대로 할 수 있는거지?' 싶어요. 민주주의는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 거잖아요?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일이 날 때마다 이리 슥 갔다가 저리 슥 가면서 어떤 깊이있는 이야기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이쪽에 우르르 몰렸다가 '저기도 있대!' 하면 그쪽으로 또 우르르 몰려가는.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그런 현상에 관심이 생겼어요." - 작품 활동 혹은 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도 하나요."제가 작품을 좀 띄엄띄엄하는 편이라.(웃음) '그만 해야지' 이 생각을 할 때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다만 할 때마다 '이제는 좀 편하겠지'라는 기대가 있는데 막상 시작하면 또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여성은 아니지만 영화를 만들 때마다 아이 낳는 것처럼 하나하나 공들이고 힘들여 만들다 보니까 할 때마다 어렵기도 해요. 빠르고 쉽게 건드리면서 '또 하나 해보자~' 이런 생각이 잘…. 저는 평생 안 들 것 같기도 해요."- '다른 것을 해봐야겠다' 생각해 본 적도 있나요."그럼요. 감독이 너무 어렵고 어지럽고 힘들어서 '인형 눈 박는 일'이 하고 싶었을 때가 있어요. 절대 그 일이 쉽다는건 아니에요. 오로지 행위 하나에만 집중해서 똑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는거죠. 그땐 그냥 그런 식으로 '하루가 가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실제로 시도해 보기도 했나요."다른 업종으로 계획했던 적은 있어요. 영화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이긴 하지만 '병아리 감별'을 하려고 진지하게 준비했어요. 병아리 감별이 태어난 병아리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병아리가 되기 전 암수를 구분하는 거예요. 알만 보고요. 그걸 빨리 빨리 최대한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병아리 감별사죠." - 뭔가 전혀 상상 밖의 직업이에요."한 때 유학 준비를 했어요. 돈이 없으니까 가서 병아리 감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려고 했죠. 그땐 되게 그럴싸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어요. 농장은 오하이오 시골에 있는데 거기서 어떻게 왔다갔다 하며 공부를 하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죠.(웃음)" - 성격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아시다시피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희순이와 단편 찍을 땐 감독인데도 '몰라요' 하기 바빴으니까요.(웃음) 처음 영화 아카데미에 갔을 때도 영화 공부를 시작하긴 했지만 저 역시 '영화감독'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진짜 영화감독의 모습일거라 생각했어요. 빵모자 쓰고 굉장히 카리스마 있게 지시하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고. 저와는 정반대죠.(웃음) 내심 걱정하면서 다녔는데 그 때 동기 중에 봉준호도 있었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여러 감독들이 있었어요. 막상 다들 그런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이미지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각자 성향이 있는거니까요." - 하다보면 자연스레 바뀌게 되는 부분들이 있죠."맞아요. 필요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죠. 어쨌든 커뮤니케이션이란걸 하잖아요. '1987' 같은 경우엔 수 많은 보조 출연자들이 광장에 모인 장면을 찍는 날, 그들에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예요. '왜 내가 이 작품을 시작했으며, 그 시작은 무엇이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 신 때문이었다. 결국 당신들이 주인공인 영화다.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광장에 나온 당신들이 주인공이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했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상황이 어떻든,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든 하면 또 하게 되더라고요."③에 계속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 김진경 기자 [취중토크①] 장준환 감독 "강동원 화환·김태리 케이크 특별한 선물"[취중토크②] 장준환 감독 "병아리감별사·인형눈박기 직업도 생각했죠"[취중토크③] 장준환 감독 "여배우 남편?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해요" 2018.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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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③] 장준환 감독 "여배우 남편?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해요"

"백상 트로피를 드디어 받아 보네요. 우리 집에 처음 들어오는 트로피라 남달라요."영화 '1987' 장준환 감독이 작품으로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내심 감독상을 기대했지만 호명되지 않은 탓에 마음을 비우고 앉아있던 찰나, 마지막 순간 들려온 작품명이다. 장준환 감독은 생각했던 소감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무대에 올라 얼떨떨한 마음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2003년과 2004년 상업영화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로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 단골 손님으로 불렸던 장준환 감독은 유일하게 백상에서만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14년만에 풀었다.장준환 감독에게 '1987'는 눈물 버튼이나 다름없다. "평소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1987'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눈물을 보이는 장준환 감독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고민했던 만큼 마음의 짐도 컸던 것 같아요. 영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때의 이야기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 개봉 후 반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1987'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찾은 장준환 감독이다. 고(故)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에 참석하는 것도 매 해 챙겨야 할 일정이 됐다.장준환 감독은 수상 후 "아내 문소리를 언급하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준환 감독과 문소리는 감독과 배우로 만나 지난 2006년 결혼, 2011년 딸 연두를 낳았다. "딸에게는 잘 놀아주는 아빠이면서 미안한 아빠"라고 토로한 장준환 감독은 "배우 활동을 하는 아내에게는 많은 혜택과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다"며 고마워 했다.'지구를 지켜라(200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1987(2017)'까지 작품을 선보이는 텀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타 감독들에 비해서는 꽤 오랜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 차기작은 역시 미정, "'1987'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장준환 감독이다. 은근슬쩍 55회 백상 심사위원 자리를 요청하자 장준환 감독은 "'촬영 들어간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원한 맥주를 쭉 들이켰다. 더할나위없이 반가울 소식. 장준환 감독의 행보를 아낌없이 응원한다.※취중토크②에서 이어집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에는 더욱 작품과 배우·감독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흥망을 결정지을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생각하지 못했지만 의도한 것도 아닌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문제로 커지기도 하고요. 창작자의 입장에서도 신경쓰이지 않나요. "안 쓰일 수가 없어요. 신경이 쓰여요. 하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죠.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 '듣지 않으려고 한다'는 건 아니에요. '진짜가 뭘까. 이 소용돌이 속에서 남는 진짜는 뭘까'에 집중하고 그것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죠. 걸러내는 작업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 특히 예술가들이 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이자 숙제라고 생각해요. 생각 나는대로 한다고 해서 그게 다 예술은 아니거든요. 코어, 핵심을 다듬어낼 필요는 분명히 있죠. 그것이 아니더라도 나를 흔드는건 너무 많으니까요." - 경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 발언인 것 같아요."영화 하나를 만들면 수명을 적어도 1.5년 씩은 갉아 먹는 것 같아요. 진짜 내 피와 살을 다 내어주는 느낌이랄까요? 모르겠어요. 다른 감독님들은 어떤지 모르겠고, 나름의 고충들이 있겠지만 저는 그렇더라고요." - 가장 힘든 경우는 어떤 때인가요."음…. 내가 믿고있는 무언가를 자꾸 외부적인 요인이 흔들 때. '이게 아닌가? 그렇게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 이게 아닌건가?' 내 의견과 판단이 100% 맞을 수는 없잖아요.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러면서도 결국 결정은 감독의 몫이에요." - 결정엔 책임이 뒤따르죠."촬영할 때 제일 듣기 싫은 질문이 뭔 줄 아세요? '감독님, 뭐 드실래요?' 이거예요.(웃음) 뭘 물어보는게 너무 싫은거예요. '이제 그만 내가 결정하게 해줘. 안 하면 안돼? 그냥 아무거나 먹여줘' 하죠. 하하. 하루에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너무 많으니까 직업병 아닌 직업병이 생기더라고요." -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휴식은 좀 취했나요."'1987' 개봉하고 막 스크린에서 막 내리자마자 가족들과 다 같이 동남아시아 휴양지에 다녀왔어요." - 누구보다 딸 연두가 좋아했겠어요."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컸죠. 연두가 요즘 엄마 아빠를 똑 닮아 낯을 엄청 가리는데 또 가족들끼리 있으니까 많이 신나 하더라고요." - 연두에겐 어떤 아빠인가요."잘 놀아주는 아빠이긴 한 것 같아요. 고전적인 아빠들은 일만 하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사냥해 먹잇감 툭 던져주고 '이제 난 몰라. 알아서 먹어' 하는.(웃음) 저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런 것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딸과 잘 놀아주려고 해요. 같이 놀면서 내가 아이 땐 어땠는지 돌이켜 보기도 하고요." - 정말 좋은 아빠네요."'1987'에 연두와 함께 나왔던 연두 외사촌 오빠가 있거든요. 두 아이가 날 부르는 캐릭터 이름이 있어요. 아빠라고 안 부르고 '빠빠베리'라고 불러요. 무슨 캐릭터 이름인가 싶어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그냥 둘이 직접 만든거예요. 캐릭터가 돼 같이 놀아도 주는거죠. 그리고 아이들은 반복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10번, 100만 똑같이 해줘도 좋아해요. '이렇게 반복해도 계속 웃을 수 있었던 마음은 뭐였지? 우리는 어떻게 자라왔지?' 그런 것도 생각하고 찾아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과 놀면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물론 미안한 아빠이기도 하죠. 작품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가까이 모습을 잘 못 보여주니까. 보상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챙기게 되는 것 같아요. 다행히 아이들도 저와 재미있게 잘 놀아주더라고요. 하하." - '여배우의 남편'이라는 자리는요. "'여배우'라서기 보다는 같은 일을 하는, 같은 업종이기 때문에 혜택받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말하지 않아도 눈빛 만으로 '무슨 일을 하고 왔구나' 알아주죠. 보통사람 같으면 '네가 일했어? 술만 마시고 왔으면서 일하고 왔다는거야?' 할 수도 있잖아요.(웃음)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 알아주게 돼요. 저는 굉장히 좋은 영향을 받아요. 이렇게 결혼을 해서 그런지 영화일을 하지 않는, 다른 직업군의 사람과 결혼을 했다면 서로에게 민폐였을 것 같기도 해요."- 17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장도 맡았죠."거절할 명분이 없더라고요. 하하하. 봐야 할 영화들이 꽤 많았어요. 그리고 요즘 단편은 단편이 아닌게 러닝타임이 생각보다 길어요. 필름시대는 돈이 아까워서라도 짧게 찍었는데 요즘은 디지털시대라 그런지 길더라고요.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고 능력있는 영화인을 발굴하는건 저희에게도 즐거운 일이죠."- 영화 팬들은 벌써부터 차기작에 대한 바람을 내비치고 있어요. 작품 텀이 긴 감독님이라 불안한가봐요."'이제 가면 언제 오나' 하는 걸까요?(웃음) 아쉽게도 지금은 차기작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어요. 6월까지 '1987'과 관련된 일들에 매진하고 7월 5일에 뉴욕아시아영화제까지 다녀오면 정리가 될 것 같네요. '1987'을 잘 마무리 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 후에 '뭘 할까' 생각해 보려고요. 그 고민이 길어지지 않기를 저도 바라고 있어요."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 김진경 기자 [취중토크①] 장준환 감독 "강동원 화환·김태리 케이크 특별한 선물"[취중토크②] 장준환 감독 "병아리감별사·인형눈박기 직업도 생각했죠"[취중토크③] 장준환 감독 "여배우 남편? 말없이 눈빛만 봐도 통해요" 2018.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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